치매는 기억이 지워지는 병일까요? 당연히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뇌과학 강의를 보니 초기 치매의 기억은 뇌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냉장고 앞에서 뭘 꺼내려 했는지 잊는 일이 부쩍 늘어난 저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였습니다. 깜빡하는 뇌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팩트와 실천을 세 가지 대조로 정리해봤습니다. 치매를 보는 시각 — 지워지는 병이라 여기던 나, 숨어 있을 뿐이라고 아는 나예전의 나는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면 치매부터 걱정했습니다. 기억이 완전히 지워진다고만 생각했습니다.지금의 나는 건망증과 치매는 작동 방식부터 다르다는 걸 압니다. 건망증은 저장된 정보를 일시적으로 꺼내지 못하는 상태라 힌트를 주면 대부분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어제 만난 사람 이름이 안 떠오르다가 첫..
몇 해 전 모임 자리에서였습니다. 다들 웃고 떠드는 한가운데서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혼자가 아닌데도 그랬습니다. 일반적으로 외로움은 혼자 있어서 생기는 감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은 달랐던 겁니다. 오늘의 한줄요약외로움과 고독을 가르는 건 혼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시간을 스스로 골랐는지였습니다. 배운 것외로움은 곁에 사람이 있어도 찾아옵니다. 예전에 그 감정이 생기면 누군가를 만나거나 연락하면서 지우려고 했습니다. 만나는 동안에는 괜찮아지는 것 같았는데 혼자가 되면 같은 감정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람으로 덮는 방식은 임시방편이었던 셈입니다.외로움을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으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절반만 동의합니다. 심리학 쪽 근거를 찾아보니 외로움은 몸에 실제 흔적을 남기..
짜증을 참기만 하던 나에게, 백곰을 생각하지 마시라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부터 백곰이 떠올라. 1987년 미국 심리학 실험으로 확인된 사실이야. 이 실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짜증이 떠올랐어. 참아야지 하고 누를수록 더 크게 터져 나왔잖아.요즘 부쩍 짜증이 늘어난 게 성격이 나빠진 걸까 걱정했잖아. 성격보다 누적을 의심하기로 했어. 요즘 들어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일에 욱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날이 많아졌지. 처음엔 성격이 나빠진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그 순간의 일 자체가 문제였던 적은 별로 없었어. 해야 할 일이 밀려 있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 쌓여 있던 걱정과 스트레스가 작은 일을 계기로 밖으로 터져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심리학에서는 이걸 감정의 누적으로 설명해. 해..
단톡방에 말을 던졌는데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자기들 대화만 이어갈 때, 괜히 마음이 서늘해지는 순간 있으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열심히 일하고도 상사가 아무 반응이 없으면 서운했고, 작은 칭찬 하나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저를 움직이는 동시에 저를 지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다뤘는지, 세 가지 대조로 정리해봤습니다. 욕구를 대하는 태도 — 부끄러워하던 나, 본성으로 인정하는 나예전의 나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어른이면 남 평가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지금의 나는 심리학이 인정 욕구를 다르게 설명한다는 걸 압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 확인받고 싶어 하는 본성으로, 좋고 나쁨을 따질 대상이 아니..
저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오면,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엔 '오늘 하루 고생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자극적인 음식부터 찾았습니다.그런데 늦은 밤의 그 허기를 들여다보니, 저는 배가 고팠던 게 아니었습니다. 야식을 부르는 진짜 원인과 제가 바꿔보려는 것들을 정리해봅니다.밤의 허기는 대부분 가짜였다밤마다 야식이 당기는 게 단순히 식탐 때문일까요? 저녁 식사 이후에 하루 섭취 열량의 상당 부분을 먹고, 잠들기 전까지 먹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는 상태를 야식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야식증후군이란 식사 시간의 리듬이 밤 쪽으로 밀리면서 늦은 시간의 섭취가 습관으로 굳어진 상태를 말합니다.여기서 핵심은 그 허기가 진짜가..
월요일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답답해지고, 주말 내내 쉬어도 회사 생각이 떠나지 않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엔 그냥 일이 많아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업무량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느낀 고립감이었습니다. 질문을 따라가며 정리해 봅니다. 정말 나를 힘들게 한 게 업무량이었을까요몇 년 동안 회사를 별 탈 없이 잘 다녔습니다. 그런데 동료나 상사가 제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낀 순간부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업무 자체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혼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출근길이 두렵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버거워졌습니다. 되짚어보니 무너뜨린 건 일의 양이 아니라 통제감 상실, ..
일이 계획대로 안 풀릴 때마다 '상황이 안 좋았다', '그 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부터 찾았습니다. 그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걸 보고서야, 하고 있던 건 긍정이 아니라 현실을 편집하는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질문을 따라가며 정리해 봅니다. 긍정적 사고와 자기합리화, 정말 다른 걸까요한동안 이 둘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두 감정 모두 마음의 불편함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자기합리화는 실패의 아픔을 가라앉히려고 현실을 제 멋대로 재구성하는 것이고, 긍정적 사고는 여러 가능성을 보며 절망을 누그러뜨리는 것입니다. 전자는 현실을 편집하고, 후자는 현실을 확장합니다.이 둘의 뿌리에는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이 있습니..
1.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2. 그런데도 '비교 안 해야지'라고 다짐한 바로 다음 순간 또 비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3. 비교 자체를 없애려던 게 문제였던 건 아닐까 싶어 비교 방식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4. 계속 실패했던 이유가 의지 문제가 아니라 비교하는 방식 자체에 있었습니다.5. 사회비교이론이란 사람이 자신을 평가할 때 다른 사람과 견주어 판단하는 심리적 경향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문제는 이 비교가 항상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6. 발표 자료를 만들 때 숫자만 나오면 유독 힘들어했는데, 숫자를 능숙하게 다루는 동료와 놓고 비교하니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상대방이 가장 잘하는 부분과 제가 가장 못하는 부분만 골라 견주고 있었습니다..
자책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실제 신체적 통증을 느낄 때와 같은 곳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야, 매일 밤 스스로에게 던졌던 말들이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라 진짜 상처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완벽한 하루를 계획하고 지키지 못한 날이면 어김없이 '왜 나는 이 모양일까'라고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그 계획 자체와, 계획이 무너졌을 때 스스로에게 했던 말에 있었습니다. 아침 — 완벽한 계획을 세웁니다아침마다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밀린 일도 다 끝내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편이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다만 계획이 너무 많으면 하나도 못 지키는 편이라, 이제는 하루에 꼭 지킬 한두 가지만 남겨두려고 합니다. 예상 못한 일이 하나라도 생기..
한동안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목표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 안에서 오갔던 두 목소리를 옮겨봅니다. 분량만 채우던 나: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공부하면서 하루를 빡빡하게 채웠어. 뭔가 성장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었지.목적을 묻는 나: 그런데 해야 할 일을 계속 늘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대체 뭘 위해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번아웃은 뭔가를 이루려고 애쓰다가 지쳐버리는 상태잖아. 성취라는 걸 뜯어보면 결국 노력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아. 노력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가려면 끈기가 필요하고, 끈기를 계속 유지하려면 결국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상태가 지속돼야 해. 여기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봤어.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