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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성인 만 명을 조사했더니, 연 소득 7천만 원 이상 고소득층의 명품 구매 경험률은 38%였는데 연 소득 3천만 원 이하 계층은 42%였습니다(출처: 신한은행 2023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연합뉴스). 소득이 낮은 쪽이 명품을 더 많이 샀다는 뜻인데, 이 숫자를 보고 예전 소비 습관부터 떠올랐습니다.

 

 

왜 돈이 적을수록 더 쓰고, 돈이 많을수록 덜 쓰는 걸까요. 소비 심리의 구조와 실제로 소비 기준을 바꾼 과정을 세 가지 대조로 정리해 봅니다.

 

소비 판단 — 보상으로 사던 나, 필요를 묻는 나

예전의 나는 월급이 들어오면 무엇을 살지부터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일했으니 이 정도는 나를 위한 보상이라 여겼고, 주변이 좋은 차나 옷을 가지고 있으면 저도 그만큼 누려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 이게 정말 필요한 건지 아니면 순간의 만족이나 보여주기식 소비인지 한 번 더 묻습니다. 이렇게 바뀐 계기는 한국은행 통계였습니다.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은 0.19인 반면 고소득층은 0.07이라고 합니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소득이 100만 원 늘었을 때 그중 실제로 소비에 쓰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 격차는 의지력의 차이가 아니라 계산 방식의 차이에서 온다고 봤습니다. 워런 버핏은 27세에 31,500달러짜리 집을 사고서 스스로 "버핏의 어리석음"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 돈을 12년간 복리로 굴리면 100만 달러가 될 수 있었다는 걸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때 포기하는 다른 선택지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 부르는데, 버핏은 집 한 채, 커피 한 잔을 볼 때마다 그 돈이 복리로 굴러갈 미래를 함께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마케팅 교수 토마스 스탠리가 20년간 백만장자 1천여 명을 인터뷰해 쓴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는 부자를 소득이 아니라 순자산으로 정의하고, 연봉 5억 원인 의사라도 순자산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 부의 미달자, 연봉 9천만 원인 사업가라도 기대치를 넘으면 부의 축적자로 분류했습니다. 소득이 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소득 대비 소비를 얼마나 억제했는지가 부를 결정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만족의 기준 — 지위를 사던 나, 쳇바퀴를 아는 나

예전의 나는 새로운 소비가 곧 행복이라고 믿었습니다. 좋은 걸 사면 그만큼 만족도 계속 커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나는 그게 착각이라는 걸 압니다.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사회적 지위가 불안한 사람일수록 소비로 지위를 증명하려 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과시적 소비라 부릅니다. 심리학자 필립 브릭먼이 복권 당첨자와 일반인의 행복도를 비교했더니 두 집단의 점수 차이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당첨자들은 커피 한 잔 같은 소소한 즐거움을 더 낮게 느꼈습니다. 새로운 소비가 주는 만족이 금방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라 하는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서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일상의 행복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Kahneman & Deaton, PNAS). 다만 돈을 적게 쓰는 사람이 반드시 부자가 되고 소비가 많으면 가난해진다는 식의 단순한 도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주거비·식비 같은 필수지출 비중이 클 수밖에 없고, 명품 소비도 전부 과시욕 때문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래 쓰기 위한 선택이거나 순수한 만족일 수도 있으니, 소비의 이유를 남이 함부로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소비 자체가 아니라 제 소득과 자산 수준에 맞는 기준을 갖고 있는가입니다.

 

저축 방식 — 남으면 모으던 나, 먼저 떼는 나

예전의 나는 다 쓰고 남는 돈으로 저축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축은 늘 뒷전이었고, 어떤 달은 남는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월급날 저축·투자를 자동이체로 먼저 떼어둡니다. 처음엔 이게 참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판단 자체를 줄이는 구조를 만들고 나니 참는다는 느낌보다 그냥 익숙한 습관이 되어갔습니다. 가족·경험·배움처럼 가치를 두는 곳에는 아낌없이 쓰되, 사고 싶을 때는 "필요한가, 보여주기식인가"를 먼저 구분합니다. 실제로 한국 부자들의 경우도 근검절약과 장기 투자를 부의 축적 핵심 습관으로 꼽았고,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온 흐름이 확인됩니다(출처: KB금융지주, 2025 한국 부자 보고서). 소득이 낮아서 저축을 못 하는 걸 의지 문제로 단정하지도 않습니다. 필수 지출 비중 자체가 큰 상황이라면 그건 의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부는 소득 그 자체가 아니라 소득과 소비 사이의 간격에서 만들어집니다. 돈을 쓰지 않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어디에 써야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지 스스로 기준을 갖는 것이 진짜 부를 만드는 습관입니다.

오늘 무언가를 사고 싶은 순간이 오면, 이게 필요라서인지 보여주기식인지 딱 한 번만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M3tpTPs7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