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전하다 앞차가 깜빡이도 없이 끼어들면 따라가지는 않아도 혼자 씩씩대며 한참 기분이 상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누가 무심코 던진 말도 '나를 무시하는 건가' 싶으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2. 그런데 심리학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화는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에 붙인 해석에서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오래 괴롭힌 남 탓과 피해의식의 구조를 정리해봤습니다. 3. 유명한 빈 배 이야기가 있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배를 띄우고 차를 마시는데 다른 배가 와서 쾅 부딪힙니다. '어떤 놈이 감히' 하며 돌아봤더니 아무도 없는 빈 배였습니다. 그 순간 화는 머쓱하게 사라집니다. 부딪힘 자체는 그대로인데 말입니다. 화나게 했던 건 충돌이라는 사건이기보다 '저 안의 누군가가 나를 무시했다'는 머릿속 ..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늘 곤란했습니다. 운동이나 독서라고 답하긴 했지만 즐긴다기보다 해야 해서 하는 일에 가까웠고, 뭔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남들에게 말했을 때 그럴듯해 보이는 취미 하나쯤 있었으면 했습니다.그런데 요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취미까지 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물음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정리해봤습니다.취미에 허세가 끼어 있었다돌아보니 문제는 취미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취미의 기준이 너무 높았던 겁니다. 남들 입에서 '멋지다'가 나올 만큼 우아하고 전문적이어야 취미로 쳐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등산이라 말하려면 정상 등반 경험이 쌓여 있어야 할 것 같고, 커피가 취미라면 드립 정도는 내려야 할 것 같은 압박입니다.여기에 경쟁까지 얹어집..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직장생활 대부분을 의자에서 보냈습니다. 아침에 앉으면 점심시간을 빼고는 거의 같은 자세로 하루가 갔습니다. 허리가 자주 아프기 시작했을 때도, 남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치핵으로 오래 고생할 때도 그저 나이 탓이려니 했습니다.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범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한 그 의자였습니다. 앉는 습관이 몸에 남긴 청구서와 제가 시작한 밤 10분 관리법을 정리해봤습니다.몸이 보낸 경고를 무시하고 있었다하루에 몇 시간이나 앉아 계신가요? 저는 세어보니 열 시간이 넘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앉는 시간이 운동과는 별개의 위험이라는 점입니다. 47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 좌식 시간이 길수록 사망과 심혈관질환, 당뇨 위험이 높아졌는데, 이 위험은 운동량을 고려해 ..
80세까지 산다고 할 때 근심과 걱정을 안고 사는 시간은 6년 7개월, 깔깔 소리 내어 웃는 시간은 고작 20일이라고 합니다. 이 숫자를 듣고 뜨끔했습니다. 하루를 돌아보면 웃지 않고 지나간 날이 정말 많았기 때문입니다. 웃음이 몸에 어떤 약이 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를 하루 흐름을 따라 정리해봤습니다. 아침 — 거울 앞에서 웃는 근육부터 움직입니다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냐고 스스로 묻곤 했는데, 순서를 뒤집기로 했습니다. 웃을 일을 기다리지 않고 웃는 근육부터 움직입니다. 아침 거울 앞에서 '나는 지금 잘하고 있어, 오케이'를 외치고 한 번 웃습니다.억지로 웃는 게 가식 아닌지 걱정도 했지만, 남에게 보여주려는 웃음과 자신을 위한 웃음 운동은 다릅니다. 혼자 하는 웃음은 스쿼트 같은..
일요일 밤 불을 끄고 누웠는데 머릿속만 환하게 켜지는 날 있으시죠. '다음 주에 그 일이 틀어지면 어쩌지', '그때 그 말은 실수 아니었을까'. 저도 그런 밤이 많았습니다.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거나 관계가 조금 불편해지면 집에 와서도 그 장면을 계속 돌려봤습니다. 그런데 걱정을 일기로 추적한 연구에서 걱정의 91%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날 밤들을 갉아먹던 걱정의 정체를, 제 안에서 오갔던 두 목소리로 정리해봤습니다. 걱정하는 나: 오늘 그 일, 잘못되면 어떡하지. 계속 생각나.구분하는 나: 수치부터 보자. 불안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걱정이 떠오를 때마다 기록하게 하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한 달간 추적한 연구가 있어. 결과는 평균 91.4%의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았다는 거야(..
2004년 한 실험에서 장내 미생물을 없앤 쥐는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스트레스 호르몬을 훨씬 많이 뿜어냈습니다. 그런데 미생물을 다시 넣어주자 그 반응이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장과 뇌 연구의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난날들이 떠올랐습니다. 속이 불편했던 날마다 유독 예민했던 기억들 말입니다. 장과 기분의 연결 고리를 정리하며 확인한 체크리스트입니다.기분이 사흘 이상 가라앉으면 최근 일주일의 식사·수면·움직임을 먼저 적어본다늦은 밤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다음 날의 기분을 기록해 나만의 연결 고리를 확인한다한 끼에 채소나 발효식품을 하나씩 더하고 식후에 10분이라도 걷는다유산균 하나로 마음이 낫는다는 식의 단순한 믿음은 경계한다 ① 뇌와 장은 연결되어 있었습니..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가 입버릇이던 나에게, 오랫동안 그 말이 입에 붙어 있었잖아. 새로운 일 앞에서는 늘 그 말부터 나왔고, 나이가 들수록 '지금 시작해서 되겠나'가 따라붙었지. 그런데 뇌과학 책에서 그런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뇌가 생각을 멈춘다는 대목을 읽고 뜨끔했어. 무심코 뱉는 말이 뇌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입버릇을 어떻게 고쳐가고 있는지 적어볼게.사람은 하루에 1만 6천에서 4만 6천 개의 단어를 쓴대. 그리고 이 지구에서 가장 많이 대화하는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혼잣말과 머릿속 중얼거림까지 합치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목소리는 결국 내 목소리인 셈이지. 이런 말들이 자기 암시로 작동해. 반복해서 듣고 말한 내용이 실제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정해버리는 심리 현상이야.뇌..
치매는 기억이 지워지는 병일까요? 당연히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뇌과학 강의를 보니 초기 치매의 기억은 뇌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냉장고 앞에서 뭘 꺼내려 했는지 잊는 일이 부쩍 늘어난 저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였습니다. 깜빡하는 뇌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팩트와 실천을 세 가지 대조로 정리해봤습니다. 치매를 보는 시각 — 지워지는 병이라 여기던 나, 숨어 있을 뿐이라고 아는 나예전의 나는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면 치매부터 걱정했습니다. 기억이 완전히 지워진다고만 생각했습니다.지금의 나는 건망증과 치매는 작동 방식부터 다르다는 걸 압니다. 건망증은 저장된 정보를 일시적으로 꺼내지 못하는 상태라 힌트를 주면 대부분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어제 만난 사람 이름이 안 떠오르다가 첫..
몇 해 전 모임 자리에서였습니다. 다들 웃고 떠드는 한가운데서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혼자가 아닌데도 그랬습니다. 일반적으로 외로움은 혼자 있어서 생기는 감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은 달랐던 겁니다. 오늘의 한줄요약외로움과 고독을 가르는 건 혼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시간을 스스로 골랐는지였습니다. 배운 것외로움은 곁에 사람이 있어도 찾아옵니다. 예전에 그 감정이 생기면 누군가를 만나거나 연락하면서 지우려고 했습니다. 만나는 동안에는 괜찮아지는 것 같았는데 혼자가 되면 같은 감정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람으로 덮는 방식은 임시방편이었던 셈입니다.외로움을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으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절반만 동의합니다. 심리학 쪽 근거를 찾아보니 외로움은 몸에 실제 흔적을 남기..
짜증을 참기만 하던 나에게, 백곰을 생각하지 마시라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부터 백곰이 떠올라. 1987년 미국 심리학 실험으로 확인된 사실이야. 이 실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짜증이 떠올랐어. 참아야지 하고 누를수록 더 크게 터져 나왔잖아.요즘 부쩍 짜증이 늘어난 게 성격이 나빠진 걸까 걱정했잖아. 성격보다 누적을 의심하기로 했어. 요즘 들어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일에 욱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날이 많아졌지. 처음엔 성격이 나빠진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그 순간의 일 자체가 문제였던 적은 별로 없었어. 해야 할 일이 밀려 있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 쌓여 있던 걱정과 스트레스가 작은 일을 계기로 밖으로 터져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심리학에서는 이걸 감정의 누적으로 설명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