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집착하는 건 그만큼 많이 사랑해서일까요? 저는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아내를 만나기 전, 연락이 없으면 불안했고 연락이 오면 또 언제 마음이 식을까 걱정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그런데 심리학의 애착유형 이론을 들여다보니 그 불안은 사랑의 크기보다 제가 저 자신과 상대를 어떻게 보느냐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오늘의 한줄요약집착은 사랑이 넘쳐서가 아니라,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사랑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 것이었습니다.배운 것 — 애착유형은 자신과 타인을 보는 눈이었다애착유형이란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져 어른이 된 뒤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되풀이되는 관계의 패턴을 말합니다. 그 출발점으로 자주 소개되는 실험이 낯선 상황 실험입니다. 여기서 낯선 상황 실험이란 아이를 낯선 방에..
갖고 싶은 물건이 하나 생기면 이상하게 그 물건만 눈에 들어오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요즘 마음에 둔 차가 생기고 나서 출퇴근길에도, 회사 주차장에도 그 차만 보였습니다. '이 차가 원래 이렇게 많았나?' 싶었습니다.그런데 그 차를 알아볼수록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좋은 후기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쁜 후기에는 반박할 이유부터 찾고 있었습니다. 심리학은 이 현상을 확증편향이라고 부릅니다.먼저 확인하고 갈 것들✔ 확증편향은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생각의 습관입니다✔ 1960년 실험에서 가설을 확인만 한 사람일수록 틀린 결론을 반복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많을수록 오히려 자기 판단을 덜 의심하게 됩니다✔ 줄이는 방법은 '제가 틀렸다면 무엇이 보일까'를 먼저 묻는 것..
얼마 전 저는 오래 마음을 주고받았던 소중한 사람과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나름 단호한 편이라고 믿어왔는데, 이번만큼은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그 사람이 떠올랐습니다.심리학에는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끝내지 못한 일을 완료한 일보다 더 오래, 더 자주 떠올리는 심리 현상입니다. 이 개념을 알고 나서야 저는 제 미련과 그리움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자이가르닉 효과를 알고 나서야 보였다일반적으로 헤어진 사람이 자꾸 생각나면 아직 사랑하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을 뜯어보니 조금 이상했습니다.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기억은 오히려 또렷해졌고, 다른 일에 집중해봐도 그 순간뿐이었습니다. 사랑이 깊어서라고 하기엔 떠오르는 방식이 숙제에 가..
사주에서 대운은 10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 큰 운의 흐름을 말합니다. 사주를 봐주는 곳마다 "올해 대운이 바뀌네요"라는 말을 하는데, 정작 그게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잘 알려주지 않습니다.만세력으로 사주를 뽑아보면 맨 아래 줄에 숫자와 한자가 열 칸 가까이 늘어서 있는데, 바로 이 줄이 대운입니다. 그래서 대운이 무엇이고, 몇 살에 시작되는지,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차례대로 정리해봤습니다.10년 주기 — 대운은 월주에서 출발해 한 칸씩 움직입니다먼저 사주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사주를 길흉화복을 점치기 위해 파악하는, 태어난 연·월·일·시를 가리키는 말로 설명합니다. 네 기둥이 10간과 12지에서 두 글자씩 따와 모두 여덟 글자가 되기 때문에 팔자라고도 부릅니다. 출처: 한국민족문..
솔직히 저는 확언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심리학 학술지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긍정적인 문장을 반복할수록 오히려 기분이 나빠졌다"는 연구가 실렸다는 걸 알고 꽤 당황했습니다.더 놀라웠던 건 그다음 이야기였습니다. 같은 실험을 다시 해본 연구에서는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연구를 하나씩 따라가 보면서, 제가 확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다시 정리해봤습니다.자존감 — 긍정 문장이 기분을 떨어뜨렸다는 연구문제의 연구는 캐나다 워털루대 등의 연구진이 2009년 학술지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실험입니다. 참가자들에게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다(I'm a lovable person)"라는 문장을 반복하게 한 뒤 기분과 자존감을 측정했습니다. ..
자금 계획 보고서에서 숫자 실수 하나를 지적받은 날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퇴근할 때까지 어깨가 돌처럼 굳은 채 일했고, 모니터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왜 이것도 제대로 못 했지'라는 말을 속으로 수십 번 반복하면서요.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긴장과 불안은 뇌 속 경보 장치인 편도체가 켜지면서 나타나는 몸의 반응이고, 이 경보는 마음속 다짐 대신 몸의 힘 빼기로 꺼야 한다는 것을요. 긴장을 끄는 스위치가 어깨와 턱과 눈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01긴장은 멧돼지 시대의 비상 시스템이었다긴장할 때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체계적입니다. 뇌가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을 감지하면 몸 전체를 전투 모드로 바꿉니다. 쓸 수 있는 에너지를 근육으로 몰아주려고 전체 에너지의 30% 이상을 쓰..
저는 어싱이 과학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맨발 걷기를 즐겨온 사람입니다. 일주일에 사흘은 저녁 먹고 운동화를 벗은 채 흙길을 걷고, 그 시간이 좋아서 남들에게 권하기도 했습니다.그러다 어싱 이론을 제대로 뜯어본 내용을 접하고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맨발 걷기의 운동 효과는 실재하지만, 땅의 자유전자가 몸속 활성산소를 중화해 병을 고친다는 어싱 이론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효과는 진짜인데 이유가 달랐던 셈입니다. 그 사이 어디쯤에 제 저녁 산책이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맨발걷기가 제 저녁 루틴이 된 이유하루 종일 회사에서 숫자와 씨름하고 나면 퇴근을 해도 머릿속은 퇴근을 못 합니다. 해결 못 한 일과 내일 할 일이 계속 맴돌아서요. 그래서 저는 저녁을 먹고 이어폰 없이 혼자 걷는 시간을 일주일에 사..
설탕 한 톨 들어가지 않은 아메리카노라면 빈속에 마셔도 아무 문제 없는 걸까요. 저는 당연히 그렇다고 믿고 출근하자마자 커피부터 찾는 루틴으로 평일을 열어왔습니다.그런데 블랙커피라도 공복에 마시면 아침 식사 후 혈당 반응이 약 50% 커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모닝커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마시는 타이밍의 문제였던 겁니다. 제 안에서 오간 두 목소리를 그대로 옮겨봅니다.습관대로 밀어붙이려는 나설탕도 안 넣은 아메리카노인데 뭐가 문제야. 혈당 걱정은 단 음료 마시는 사람들 얘기지. 나는 오히려 건강한 커피 생활 하고 있는 거 아니야?자료를 들이대는 나영국 배스 대학교 연구팀이 평균 21세 건강한 성인 29명한테 경구 당부하 검사를 돌렸어. 당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뒤 혈당이 얼마나 오르고 얼마나 잘 내려오..
거래처에서 사정이 어렵다는 전화를 받은 날이면 하루까지 덩달아 무거워졌습니다. 직원이 힘든 개인사를 털어놓은 날은 퇴근하고도 그 얼굴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처음엔 제가 유난히 여린 편인가 싶었습니다.그런데 심리학은 이걸 성격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감정은 실제로 사람 사이에 전염되고, 행복은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3단계를 건너 퍼진다는 20년 추적 연구도 있습니다. 오늘은 남의 기분이 제 기분이 되는 감정전염의 구조와, 거기서 저를 지키는 거리에 관해 정리해봅니다.먼저 확인하고 갈 것들✔ 감정전염은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의 기본 작동 방식이다✔ 거울뉴런이 타인의 표정과 감정을 내 것처럼 복사한다✔ 공감이 강할수록 남의 문제까지 내 일처럼 짊어질 위험도 커진다✔ 이해와 거리는 함께 갈 수 있다 — ..
책 읽고도 남는 게 없다고 느끼던 나에게, 퇴근하고 책상에 앉아 열심히 책장을 넘겼는데, 며칠 뒤에 그 책 내용을 물으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잖아. 매일 독서하는 습관까지 잡아놓고 '내가 책을 읽긴 읽은 건가' 싶었지.그런데 답은 읽기가 아니고 쓰기 쪽에 있었어. 손으로 글씨를 쓸 때는 타이핑할 때와 달리 기억과 감각, 운동을 잇는 뇌 영역들의 연결성이 폭넓게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어. 눈으로만 읽던 독서법에 손글씨와 필사를 붙여본 이야기를 적어볼게.돌아보면 독서를 성적표처럼 대하고 있었어. 한 달에 몇 권, 1년에 몇 권이라는 숫자는 쌓이는데 정작 그 책에서 뭘 느꼈고 삶에 뭐가 남았는지는 돌아본 적이 없었지. 읽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고 다음 페이지로, 다음 책으로 넘어가기 바빴던 거야.눈으로 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