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너답게 살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습니다. 나답다는 게 뭔지 정의조차 못 내리면서 그 말만 따르라고 하니 오히려 더 헷갈렸기 때문입니다. 아모르파티(Amor fati)란 라틴어로 "운명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말로, 철학자 니체가 남긴 개념인데, 이 말을 다시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 불편함의 정체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니체의 말이 정말 무조건 긍정적으로 살라는 뜻이었을까요. 니체가 제시한 낙타-사자-아이라는 세 단계를 따라가며 직접 들여다본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1단계: 낙타 — 삶이 고통이라는 걸 짊어지고 받아들이는 단계니체는 서른 중반부터 눈이 아파 책도 제대로 보지 못할 만큼 건강이 나빠졌고, 이후 정신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쉰을 갓 넘긴 나이..
신한은행이 성인 만 명을 조사했더니, 연 소득 7천만 원 이상 고소득층의 명품 구매 경험률은 38%였는데 연 소득 3천만 원 이하 계층은 42%였습니다(출처: 신한은행 2023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연합뉴스). 소득이 낮은 쪽이 명품을 더 많이 샀다는 뜻인데, 이 숫자를 보고 예전 소비 습관부터 떠올랐습니다. 왜 돈이 적을수록 더 쓰고, 돈이 많을수록 덜 쓰는 걸까요. 소비 심리의 구조와 실제로 소비 기준을 바꾼 과정을 세 가지 대조로 정리해 봅니다. 소비 판단 — 보상으로 사던 나, 필요를 묻는 나예전의 나는 월급이 들어오면 무엇을 살지부터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일했으니 이 정도는 나를 위한 보상이라 여겼고, 주변이 좋은 차나 옷을 가지고 있으면 저도 그만큼 누려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지금..
8월 16일 토요일. 오늘은 서랍 정리를 하다가 이 글을 씁니다. 아침에 서랍을 열었다가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분명히 한 달 전에 비웠던 자리인데, 신기하게 종이가방과 소스 유리병, 화장품 샘플이 또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다 그럴듯한 이유로 남겨뒀지만 정작 한 번도 다시 꺼낸 적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유난히 게으르거나 미련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낮에 찾아본 자료를 보니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뇌가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문제였습니다.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머그컵을 공짜로 나눠주고, 컵을 받은 사람에게는 얼마면 팔겠느냐고, 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얼마면 사겠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컵을 가진 사람은 갖지 않은 사람이 ..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던 나에게, 역사에 남은 위인들도 살아있을 때는 시민 대다수의 미움을 받았던 순간이 있었대.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던 그 오랜 노력을 다시 돌아보게 됐어.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느낌이 들면 뭘 잘못했는지부터 찾았잖아.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아. 심리학에서는 누군가에게 배제되거나 미움받는 상황을 사회적 배척이라 부르는데, 실험 결과 사회적 배척을 당할 때 뇌에서는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같은 영역인 전측대상피질이 활성화된다고 해(출처: Eisenberger, Lieberman & Williams, Science). 미움받는 게 유독 아프게 느껴지는 게 우리가 유별나서가 아니라, 뇌가 그렇게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어서였어. 직장에서도..
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사회생활을 잘하는 방법이라고 오랫동안 믿었습니다. 부당한 말을 들어도 그 자리에서는 웃으며 넘겼고, 내가 조금 참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런데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야 뒤늦게 화가 나거나, 엉뚱하게 가족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감정 저널링 습관을 만들며 착각했던 것과 실제로 달라진 점을 세 가지 대조로 정리해 봅니다. 감정을 대하는 태도 — 무조건 참던 나, 알아차리는 나예전의 나는 분노를 조절한다는 것을 무조건 참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감정을 참는 게 지금까지 성숙하다고 생각했던 방식이었습니다.지금의 나는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압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것을 정서표현억제라고 부르는..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던 판단은 틀렸습니다. 번아웃은 방전된 배터리가 아니라 다 타버려서 더는 태울 장작이 없는 재에 가깝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번아웃 오면 어떡해야 할지 몰라 그냥 참기만 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질문을 따라가며 정리해 봅니다. 번아웃은 그냥 많이 지친 것과 뭐가 다를까요피로는 몸이 보내는 얌전한 신호에 가깝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닳은 상태와 비슷해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잘 먹고 잘 자고 나면 다시 채워집니다. 스트레스는 결이 다른데, 에너지가 없는 게 아니라 생각이 빠르게 돌고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서는 상태입니다. 번아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11)에 직업 현상으로 등재하면서 정의를 명확히 했는데,..
80년 넘게 성인 수백 명을 추적한 하버드 연구팀이 80대 이상 어르신들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했느냐고요. 대답은 재산도 건강도 아니라 마음 편한 관계였습니다(출처: 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 이 결과를 보고 제 얼굴부터 떠올렸습니다. 비교하고 체면 차리느라 무거워진 얼굴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한줄요약편안한 얼굴은 걱정이 없는 삶이 아니라, 비교와 체면을 하나씩 내려놓는 연습에서 만들어집니다. 배운 것모임에서 누군가 자식 자랑을 꺼내는 순간, 상대가 자랑할 의도가 없었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이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비교 이론으로 설명하는데, 사람은 자신의 ..
운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오랫동안 전자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한 역술가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 그 믿음이 흔들렸습니다. 사주와 관상보다 태도가 운을 더 크게 좌우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최근 몇 달 겪은 변화와 묘하게 겹쳤기 때문입니다. 운명이라는 것을 질문을 따라가며 정리해 봅니다. 사주와 관상은 정말 인생의 답을 알려줄까요사주란 태어난 연·월·일·시를 각각 두 글자씩 여덟 자로 나타낸 것으로, 사람을 하나의 집에 비유해 네 개의 기둥으로 본다는 뜻에서 사주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렇게 세워진 사주가 한 사람의 운명을 함축한다고 보는 학문을 명리학이라 하고, 그 안에서도 인생을 10년 단위로 크게 보는 흐름을 ..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잘하는 것부터 살펴보라는 조언, 정말 맞는 말일까요? 저는 20년 넘게 그 순서를 따랐지만 끝내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방향을 바꿔 제게 부족한 것, 그러니까 결핍부터 들여다보자 비로소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목마름과 결핍, 그리고 반복이라는 세 가지 열쇠로 좋아하는 일 찾는 방법의 원리를 정리해 봅니다.목마름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좋아한다는 것은 결국 원한다는 것입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처럼, 마시는 것은 본인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순서는 명확해집니다. 무엇을 마시게 할지 고르기 전에, 지금 얼마나 목이 마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목마름의 종류를 나눠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정이 목마르다는 것은 정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우정이 목마르다..
저도 처음엔 인터넷에서 찾은 확언 문장을 그대로 따라 썼습니다. "나는 매일 성장한다", "나는 부와 성공을 끌어당긴다" 같은 문장을 아침마다 거울 보고 되뇌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한참 지나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남이 쓴 문장은 아무리 반복해도 결국 남의 말이었습니다. 오늘의 한줄요약확언 문장이 안 와닿았던 건 문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정을 건너뛰고 결과만 먼저 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배운 것"나는 성공한다"는 문장은 지금 느끼는 불안이나 조급함과는 전혀 연결되지 않은 채 붕 떠 있었습니다. 심리학자 클로드 스틸(Claude Steele)이 제시한 자기확인이론(self-affirmation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