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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잘하는 것부터 살펴보라는 조언, 정말 맞는 말일까요? 저는 20년 넘게 그 순서를 따랐지만 끝내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방향을 바꿔 제게 부족한 것, 그러니까 결핍부터 들여다보자 비로소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목마름과 결핍, 그리고 반복이라는 세 가지 열쇠로 좋아하는 일 찾는 방법의 원리를 정리해 봅니다.



목마름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

좋아한다는 것은 결국 원한다는 것입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처럼, 마시는 것은 본인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순서는 명확해집니다. 무엇을 마시게 할지 고르기 전에, 지금 얼마나 목이 마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목마름의 종류를 나눠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정이 목마르다는 것은 정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우정이 목마르다는 것은 친구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지금 내 앞에 없는 것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그리움인데, 이 그리움의 농도는 나이가 들수록 옅어진다고 합니다. 스무 살에 찾을 것을 마흔에 찾으면 남은 시간이 그만큼 짧아지니, 목마름을 확인하는 일은 빠를수록 유리한 셈입니다.

저는 이 순서를 몰랐습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묻는 대신 무엇을 잘하는지만 따졌고, 그 기준으로는 20년이 지나도 좋아하는 일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 단순한 순서 하나를 바꾸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요약: 좋아함은 원함에서 나오므로, 잘하는 것이 아니라 목마른 것부터 확인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결핍이 좋아하는 일을 만드는 원리

결핍이란 나에게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비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심리학의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외부 보상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다는 감각에서 지속하는 힘을 얻습니다. 여기서 자기결정이론이란 인간이 자율성과 유능감을 느낄 때 가장 강하게 움직인다고 보는 동기 이론입니다. 결핍을 스스로 발견하고 스스로 채우기로 결정하는 과정이 바로 이 조건을 채워줍니다.

동기는 방향에 따라 둘로 나뉩니다. 외재적 동기는 평가나 보상 같은 바깥의 이유로 움직이는 힘이고, 내재적 동기는 그 일 자체가 좋아서 움직이는 힘입니다. 잘하는 일은 대개 외재적 동기와 자존심을 키우고, 좋아하는 일은 내재적 동기와 자존감을 키웁니다. 자존감이란 남의 평가와 무관하게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인데, 자존심이 낮에 남 앞에서 작동한다면 자존감은 밤에 혼자일 때 작동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자존심은 높은데 자존감이 손상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출처: 세계일보).

사례를 보면 원리가 선명해집니다. 헤르만 헤세는 열여섯 살에 시인이 아닌 사람은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해 한평생 그 길을 걸었고, 이어령 선생은 10년의 암 투병 중에도 무수한 책을 썼으며 돌아가신 뒤에도 저작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루 두 시간을 자면서도 계속 쓰게 만든 힘은 보상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 그 자체였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요약: 결핍을 스스로 채우기로 결정할 때 내재적 동기가 생기고, 그 동기가 자존감과 좋아하는 일을 함께 키웁니다.

 

반복 속에서 검증하는 방법

결핍 목록이 곧 정답은 아닙니다. 저는 이것을 가설로 두고 반복으로 검증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따라 책을 읽고, 새벽에 일어나고, 명상과 걷기를 하고, AI 공부와 글쓰기까지 여러 가지를 실험했습니다. 그중 시키지 않아도 계속하게 된 것은 글쓰기와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검증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보상이 없어도 반복되는가. 제 글은 조회수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쓰고 싶었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배우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외부 보상 없이 지속된다면 그것이 내재적 동기의 증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작은 반복이 쌓이면 자기효능감도 함께 자랍니다. 자기효능감이란 어떤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말합니다.

제가 실제로 거친 검증 절차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결핍 목록 작성: 그립고 아쉽고 부족한 것을 열 가지 적습니다
  • 작은 행동 연결: 목록마다 채울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을 하나씩 정합니다
  • 반복 여부 관찰: 한 달 뒤 보상 없이도 계속하고 있는 것만 남깁니다
  • 비교 기준 고정: 남이 아니라 어제의 저와만 비교합니다

다만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라면 검증보다 회복이 먼저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출처: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의 자가검진으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으로 보입니다.

요약: 결핍 목록을 가설로 두고, 보상 없이도 반복되는 일만 남기는 것이 좋아하는 일의 검증법입니다.

 

제가 저에게 던진 질문들

Q. 결핍을 적는 것과 그냥 불평하는 것, 구분할 수 있어?

A. 기준은 다음 행동의 유무라고 저에게 답했습니다. 불평은 적고 끝나지만, 결핍 찾기는 목록마다 채울 행동을 하나씩 붙입니다. 행동이 붙지 않는 항목은 아직 목마름이 아니라는 뜻으로 저는 정리했습니다.

 

Q. 좋아한다고 느낀 게 일시적인 기분이면 어떡할 거야?

A. 그래서 저는 한 달의 반복 관찰을 거쳤습니다. 기분은 보상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지만, 진짜 좋아하는 일은 조회수가 없어도 남았습니다. 시간이 걸러주는 것을 믿기로 저와 약속했습니다.

 

Q. 그럼 잘하는 일은 버려야 하는 거야?

A. 아니라고 저에게 분명히 답했습니다. 잘하는 일은 생계와 책임을 지키는 낮의 기둥이고, 좋아하는 일은 밤의 자존감을 지키는 기둥입니다. 저는 두 기둥을 함께 세우는 쪽이 오래간다고 판단했습니다.

 

Q. 그리움이 옅어지는 나이라면 이미 늦은 것 아닐까?

A. 농도가 옅어질수록 오히려 기록이 필요하다고 저는 답했습니다. 쉰 살에 그림을 다시 시작해 사물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보는 관찰력을 얻은 시인도 있습니다. 옅어진 그리움도 적어두면 다시 진해진다는 것을 저는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결론

좋아하는 일은 잘하는 것의 목록이 아니라 목마름의 목록에서 나왔습니다. 결핍을 적고, 채울 행동을 붙이고, 보상 없이도 반복되는 것만 남기는 세 단계가 제가 확인한 전부입니다.

오늘 그립고 아쉬운 것 열 가지를 적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한 달 뒤에도 남아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좋아하는 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PZvZJige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