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숨는 거라면 찾기 쉽게 인식표를 많이 달아두면 됩니다. 눈으로만 읽은 기억보다 보고 듣고 쓰고 냄새까지 얹은 기억이 훨씬 오래가는 이유입니다. 뇌는 쓰지 않는 길을 폐허로 만들고 자주 다니는 길만 넓히는 기관이라, 한 가지 감각만 쓰는 쇼츠 시청 같은 활동만 반복하면 나머지 부위는 서서히 잠들게 됩니다.
저도 어느 순간부터 나이 드는 걸 그냥 받아들이기보다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해보자는 쪽으로 생활을 바꿨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걷고 명상을 하고 책을 읽는 습관이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요즘은 블로그에 글을 쓰고 AI 공부도 하면서 잘 모르는 것들을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솔직히 나이가 들수록 한 번 들었다고 바로 기억되지 않고 몇 번씩 다시 봐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이 반복 자체가 뇌에는 운동이 된다는 걸 알고 나니 포기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걷기도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멍하니 걸을 때 뇌에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켜지는데, 이는 흐트러진 기억과 생각을 정리하는 뇌의 청소 회로 같은 것입니다. 밤의 숙면은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깊은 잠에 들었을 때만 글림프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글림프 시스템이란 뇌척수액이 신경 세포 사이를 씻어내며 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노폐물을 청소하는 배수 장치입니다. 잠을 줄이는 건 뇌 청소를 건너뛰는 셈입니다.
다만 저는 치매가 무섭다고 억지로 새로운 걸 잔뜩 배워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억지 도전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계획보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키는 건 세 가지입니다.
- 하루 한 번은 눈 말고 다른 감각을 하나 더 써서 기억한다 — 쓰면서 읽기, 향을 맡으며 정리하기
- 내비게이션이나 쇼츠처럼 뇌를 대신 써주는 것들을 하루 한 번은 끄고 새 길로 가본다
- 밤에는 뇌 청소 시간을 지킨다 — 야식과 휴대폰 대신 숙면
참고: 출처: 서울아산병원 메디컬칼럼(건망증과 치매)
요약: 오감으로 인식표를 달고, 뇌 대신 일해주는 도구를 하루 한 번 끄고, 숙면으로 뇌를 청소합니다. 거창한 도전보다 이 꾸준함이 저의 예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