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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까지 산다고 할 때 근심과 걱정을 안고 사는 시간은 6년 7개월, 깔깔 소리 내어 웃는 시간은 고작 20일이라고 합니다. 이 숫자를 듣고 뜨끔했습니다. 하루를 돌아보면 웃지 않고 지나간 날이 정말 많았기 때문입니다.

웃음이 몸에 어떤 약이 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를 하루 흐름을 따라 정리해봤습니다.
아침 — 거울 앞에서 웃는 근육부터 움직입니다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냐고 스스로 묻곤 했는데, 순서를 뒤집기로 했습니다. 웃을 일을 기다리지 않고 웃는 근육부터 움직입니다. 아침 거울 앞에서 '나는 지금 잘하고 있어, 오케이'를 외치고 한 번 웃습니다.
억지로 웃는 게 가식 아닌지 걱정도 했지만, 남에게 보여주려는 웃음과 자신을 위한 웃음 운동은 다릅니다. 혼자 하는 웃음은 스쿼트 같은 운동입니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가식일 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억지웃음도 통한다는 실험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젓가락을 입에 물려 자기도 모르게 웃는 표정을 만들게 하고 스트레스 과제를 시켰더니, 웃는 근육을 쓴 사람들은 무표정 그룹보다 심박수가 빠르게 안정됐습니다(출처: Kraft & Pressman, Psychological Science(2012)). 웃는 줄 모르고 웃어도 몸은 반응한 겁니다. 특히 효과가 컸던 건 뒤센 미소, 입꼬리만 올라가는 웃음과 달리 눈꼬리와 광대 근육까지 함께 움직이는 진짜 웃음이었습니다.
낮 — 스트레스 상황에서 웃음을 도구로 씁니다
일반적으로 웃음은 기분 좋을 때 나오는 결과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 현장에서는 웃음을 치료 도구로 씁니다. 국내에서는 2001년 서울대학교병원이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웃음 치료를 처음 도입했고, 병원 게시판에는 웃음의 효과를 아예 약에 빗대 소개했다고 합니다. 혈압강하제, 항우울제, 수면제, 면역증강제, 천연 진통제, 소화제까지 겸하는 약이라는 겁니다. 웃을 때 부교감 신경(긴장을 풀고 몸을 회복 상태로 돌리는 자율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회사 일과 관계, 앞날 걱정에 하루 종일 웃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많았습니다. 일이 안 풀리는 날엔 표정부터 굳었고 별것 아닌 일에 예민해졌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농담 한마디에 다 같이 웃고 나면 문제는 그대로인데 그 문제를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져 있었습니다. 웃음 치료의 출발점이 된 일화도 있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10분도 잠들지 못하던 미국의 한 작가가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웃은 날 한 시간을 내리 잔 경험을 계기로 의도적인 웃음을 반복했고, 통증에서 벗어난 과정을 책으로 남기며 웃음의 치유력이 알려졌습니다.
밤 — 감정을 먼저 인정하고, 그다음에 웃습니다
그렇다고 웃음이 만능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감정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웃음을 강요당하면 오히려 병이 됩니다. 서비스직처럼 직업상 늘 웃어야 하는 분들이 겪는 스마일 우울증이 그 예입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울이 쌓여가는 상태로, 가면 우울증이라고도 부릅니다. 억지 미소를 강요받던 항공사 승무원들이 집단 우울 증세를 보인 사례에서 가짜 웃음을 팬암 미소라고 부르게 됐을 정도입니다. 힘들어하는 가족에게 웃으라고 해도 될지 고민도 했는데, 그 말은 아끼기로 했습니다. 감정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강요가 될 수 있으니까요. 대신 먼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쪽을 택합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웃으라고 하는 말은 경계합니다. 그 말이 자기 감정을 숨기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웃음은 문제를 없애주는 치료제가 아니라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방법입니다. 감정을 먼저 인정하되 그 감정에 너무 오래 끌려가지 않도록 웃음을 도구로 씁니다. 많이 힘든 날은 웃음을 강요하지 않고, 감정을 먼저 적어 인정하고, 그다음에 예능 한 편을 봅니다. 하루 한 번은 15초 박장대소도 합니다. 발을 구르고 손가락에 힘을 준 박수, 상체를 흔들며 소리 내어 웃습니다. 자기 전에 이걸 해볼 생각입니다. 민망하면 세수하러 들어간 화장실 거울 앞에서 하면 됩니다. 오늘 하루 몇 번 웃었는지 세어보는 것도 시작해보려 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TV(웃음 치료)).
유머의 정의도 마음에 새겨뒀습니다. 독일 두덴 사전은 유머를 웃기는 재주로 설명하지 않고 삶의 고난과 역경에 유쾌하게 대처하는 능력이라고 풀이한다고 합니다. 잘 웃는 사람은 결국 잘 버티는 사람이었습니다.
결론
행복해지면 웃겠다는 순서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평생 20일이라는 숫자를 보고 나니 웃을 일을 기다리다가는 너무 늦겠다 싶었습니다. 감정은 솔직하게 인정하되, 웃는 근육은 미리 움직여두는 것. 그게 찾은 현실적인 절충입니다.
오늘 하루 한 번도 웃지 않으셨다면 자기 전 15초만 소리 내어 웃어보시길 권합니다. 문제는 그대로여도 그 문제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져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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