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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가 입버릇이던 나에게,

 

 

오랫동안 그 말이 입에 붙어 있었잖아. 새로운 일 앞에서는 늘 그 말부터 나왔고, 나이가 들수록 '지금 시작해서 되겠나'가 따라붙었지. 그런데 뇌과학 책에서 그런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뇌가 생각을 멈춘다는 대목을 읽고 뜨끔했어. 무심코 뱉는 말이 뇌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입버릇을 어떻게 고쳐가고 있는지 적어볼게.

사람은 하루에 1만 6천에서 4만 6천 개의 단어를 쓴대. 그리고 이 지구에서 가장 많이 대화하는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혼잣말과 머릿속 중얼거림까지 합치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목소리는 결국 내 목소리인 셈이지. 이런 말들이 자기 암시로 작동해. 반복해서 듣고 말한 내용이 실제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정해버리는 심리 현상이야.

뇌는 말을 하려는 순간부터 그 말을 이미지로 그린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뇌는 할 수 없는 상태부터 그려놓고 생각을 멈춘다고 해. 특히 조심할 입버릇이 세 가지였어. '모르겠다'는 뇌에게 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가 되고, '할 수 없다'는 못 하는 그림을 먼저 그리게 하고, '알고 있다'는 학습을 그 자리에서 끝내버려. 셋 다 우리가 즐겨 쓰던 말이라 뜨끔했어. 정말 모를 때는 '글쎄요, 몇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처럼 생각을 이어가는 말로 바꾸는 게 낫대. 다행인 건 입버릇도 바뀐다는 사실이야. 뇌에는 가소성이 있거든. 어른이 된 뒤에도 쓰는 방식에 따라 뇌 회로가 계속 바뀌는 성질이야. 굳은 줄 알았던 말버릇도 연습으로 다시 깔 수 있는 길이었어.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할까 고민했는데, 바로 써먹은 건 '그래도' 기법이야. '피곤해'가 튀어나오면 뒤에 '그래도'를 붙이는 거야. '피곤해, 그래도 오늘 할 건 다 했다'처럼 뇌는 앞말과 반대되는 말을 만들어내려고 해서 긍정적인 문장이 저절로 따라 나와. 긍정 확언이 오글거려서 못 하겠다고 걱정했잖아. 나도 오글거리는 문장은 잘 못 해. 그래서 '그래도' 세 글자만 써. 부정어 뒤에 붙이기만 하면 뇌가 알아서 다음 말을 찾아주니 이 정도면 부담이 없었어.

불안할 때는 주어를 바꾸는 방법이 효과가 있었어. 자기 거리 두기라고 하는데, '나는 괜찮아' 대신 '너는 괜찮아'나 자기 이름을 불러 남에게 말하듯 말을 거는 방식이야. 심리학 실험에서 이름이나 2인칭으로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들이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을 더 잘 다스렸고, 뇌 영상 연구에서는 이 방식이 큰 노력 없이도 불안을 만드는 편도체(공포와 불안 반응을 일으키는 뇌 부위)의 활동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나타났어(출처: Kross et a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2014), 출처: Moser et al., Scientific Reports(2017)). 테니스 선수 앤디 머레이가 세계 1위와의 결승에서 '너는 지지 않는다'고 되뇌며 우승한 일화도 있어. 요즘은 모르는 게 나오면 '어렵다' 대신 '모르면 배우면 되지', '일단 한번 해보자'로 바꿔 말하려고 해. 이렇게 말한다고 갑자기 일이 다 풀리는 건 아니었어. 그래도 신기하게 다시 해볼 힘은 생겼어. 아침 걷기도 명상도 블로그도 AI 공부도 그 한마디에서 다시 시작된 날이 많았어.

말버릇 하나 고친다고 인생이 바뀌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말이 전부를 바꿔주지는 않았어. 대신 시작을 바꿔줬어. '일단 해보자'가 나온 날은 실제로 뭐라도 하게 됐고, 그 하루들이 쌓이는 게 변화라고 생각해.

 

다만 긍정적인 말만 반복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식의 결론에는 조심스러워. 아무리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쳐도 행동이 따라붙지 않으면 달라지는 게 없었거든. 그럼 '나는 최고야'를 매일 외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그건 역효과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배웠어. 실험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나와. 시험 전에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반복한 그룹은 뇌의 보상 회로가 켜져 기분은 좋아졌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어. 과한 자신감이 긴장을 풀어버려 주의력이 떨어진 탓이래. 능력을 부풀리는 말은 긴장을 풀어 주의력을 떨어뜨려. 기분을 살리는 말과 나를 과대평가하는 말을 구분하기로 했어.

그래서 더블 사고를 함께 쓰기로 했어. 최고의 그림과 최악의 그림을 동시에 그려두는 사고법으로, '분명 잘될 거야'와 '이 부분은 막힐지도 몰라'를 같이 준비하는 거야. 성공한 사람들 중에 꿈만 꾸는 낙관주의자는 없었다는 대목이 오래 남았어. 긍정적인 말의 진짜 힘은 현실을 외면하는 데가 아니라 힘든 상황에서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데 있어. '무조건 잘될 거야'보다 '쉽지는 않겠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가 훨씬 현실적이었어.

지금 지키는 건 세 가지야. 부정적인 말이 튀어나오면 그 자리에서 '그래도'를 붙이는 것. 불안이 커지면 내 이름을 부르며 남에게 말하듯 말을 거는 것. '잘될 거야' 다음에는 반드시 오늘 할 수 있는 행동 하나를 정하는 것. 오늘 당장 뭐부터 할 거냐면, '피곤해'가 나오는 순간 '그래도'를 붙여볼 거야. 그리고 자기 전에 이름을 부르면서 오늘 잘 버텼다고 한마디 건네려 해. 남한테는 잘하는 위로를 나한테도 해보는 거야.

 

말이 생각을 바꾸고 바뀐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때 비로소 삶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정리했어. 이제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가 올라오면 한 박자 쉬고 말을 고쳐. '쉽지는 않겠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로. 입버릇을 고치는 건 거창한 결심이 필요한 일이 아니었어. 세 글자를 붙이고 주어 하나를 바꾸는 일이었어.

오늘 부정적인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이 오면 그 뒤에 '그래도'를 한번 붙여보길 바라. 뇌가 다음 문장을 어떻게 바꾸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거야.

'그래도' 하나 붙여본 나로부터.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EaYHDjwY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