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확언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심리학 학술지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긍정적인 문장을 반복할수록 오히려 기분이 나빠졌다"는 연구가 실렸다는 걸 알고 꽤 당황했습니다.더 놀라웠던 건 그다음 이야기였습니다. 같은 실험을 다시 해본 연구에서는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연구를 하나씩 따라가 보면서, 제가 확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다시 정리해봤습니다.자존감 — 긍정 문장이 기분을 떨어뜨렸다는 연구문제의 연구는 캐나다 워털루대 등의 연구진이 2009년 학술지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실험입니다. 참가자들에게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다(I'm a lovable person)"라는 문장을 반복하게 한 뒤 기분과 자존감을 측정했습니다. ..
자금 계획 보고서에서 숫자 실수 하나를 지적받은 날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퇴근할 때까지 어깨가 돌처럼 굳은 채 일했고, 모니터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왜 이것도 제대로 못 했지'라는 말을 속으로 수십 번 반복하면서요.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긴장과 불안은 뇌 속 경보 장치인 편도체가 켜지면서 나타나는 몸의 반응이고, 이 경보는 마음속 다짐 대신 몸의 힘 빼기로 꺼야 한다는 것을요. 긴장을 끄는 스위치가 어깨와 턱과 눈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01긴장은 멧돼지 시대의 비상 시스템이었다긴장할 때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체계적입니다. 뇌가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을 감지하면 몸 전체를 전투 모드로 바꿉니다. 쓸 수 있는 에너지를 근육으로 몰아주려고 전체 에너지의 30% 이상을 쓰..
거래처에서 사정이 어렵다는 전화를 받은 날이면 하루까지 덩달아 무거워졌습니다. 직원이 힘든 개인사를 털어놓은 날은 퇴근하고도 그 얼굴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처음엔 제가 유난히 여린 편인가 싶었습니다.그런데 심리학은 이걸 성격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감정은 실제로 사람 사이에 전염되고, 행복은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3단계를 건너 퍼진다는 20년 추적 연구도 있습니다. 오늘은 남의 기분이 제 기분이 되는 감정전염의 구조와, 거기서 저를 지키는 거리에 관해 정리해봅니다.먼저 확인하고 갈 것들✔ 감정전염은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의 기본 작동 방식이다✔ 거울뉴런이 타인의 표정과 감정을 내 것처럼 복사한다✔ 공감이 강할수록 남의 문제까지 내 일처럼 짊어질 위험도 커진다✔ 이해와 거리는 함께 갈 수 있다 — ..
오랫동안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회사에서 누군가의 표정이 어두우면 '제가 뭘 잘못했나'부터 떠올렸고, 하고 싶은 말은 상대 기분을 살피다 그냥 삼켰습니다. 그런데 남의 시선과 눈치에 시달리던 저에게 뼈아픈 지적이 하나 날아왔습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의 정체는 배려라기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심이라는 겁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대한 이 진단을 질문을 따라가며 소화해봤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은 누구의 몫일까요똑같은 강연을 듣고도 어떤 사람은 훌륭하다며 나가고, 어떤 사람은 험담을 하며 나갑니다. 아무리 잘해도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고,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데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각자의 자유라서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영역이 애초에 없..
1. 운전하다 앞차가 깜빡이도 없이 끼어들면 따라가지는 않아도 혼자 씩씩대며 한참 기분이 상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누가 무심코 던진 말도 '나를 무시하는 건가' 싶으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2. 그런데 심리학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화는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에 붙인 해석에서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오래 괴롭힌 남 탓과 피해의식의 구조를 정리해봤습니다. 3. 유명한 빈 배 이야기가 있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배를 띄우고 차를 마시는데 다른 배가 와서 쾅 부딪힙니다. '어떤 놈이 감히' 하며 돌아봤더니 아무도 없는 빈 배였습니다. 그 순간 화는 머쓱하게 사라집니다. 부딪힘 자체는 그대로인데 말입니다. 화나게 했던 건 충돌이라는 사건이기보다 '저 안의 누군가가 나를 무시했다'는 머릿속 ..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늘 곤란했습니다. 운동이나 독서라고 답하긴 했지만 즐긴다기보다 해야 해서 하는 일에 가까웠고, 뭔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남들에게 말했을 때 그럴듯해 보이는 취미 하나쯤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취미까지 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물음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정리해봤습니다. 취미에 허세가 끼어 있었다돌아보니 문제는 취미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취미의 기준이 너무 높았던 겁니다. 남들 입에서 '멋지다'가 나올 만큼 우아하고 전문적이어야 취미로 쳐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등산이라 말하려면 정상 등반 경험이 쌓여 있어야 할 것 같고, 커피가 취미라면 드립 정도는 내려야 할 것 같은 압박입니다.여기에 경쟁까지 얹어집니다. 러닝을 하..
일요일 밤 불을 끄고 누웠는데 머릿속만 환하게 켜지는 날 있으시죠. '다음 주에 그 일이 틀어지면 어쩌지', '그때 그 말은 실수 아니었을까'. 저도 그런 밤이 많았습니다.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거나 관계가 조금 불편해지면 집에 와서도 그 장면을 계속 돌려봤습니다. 그런데 걱정을 일기로 추적한 연구에서 걱정의 91%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날 밤들을 갉아먹던 걱정의 정체를, 제 안에서 오갔던 두 목소리로 정리해봤습니다. 걱정하는 나: 오늘 그 일, 잘못되면 어떡하지. 계속 생각나.구분하는 나: 수치부터 보자. 불안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걱정이 떠오를 때마다 기록하게 하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한 달간 추적한 연구가 있어. 결과는 평균 91.4%의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았다는 거야(..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가 입버릇이던 나에게, 오랫동안 그 말이 입에 붙어 있었잖아. 새로운 일 앞에서는 늘 그 말부터 나왔고, 나이가 들수록 '지금 시작해서 되겠나'가 따라붙었지. 그런데 뇌과학 책에서 그런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뇌가 생각을 멈춘다는 대목을 읽고 뜨끔했어. 무심코 뱉는 말이 뇌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입버릇을 어떻게 고쳐가고 있는지 적어볼게.사람은 하루에 1만 6천에서 4만 6천 개의 단어를 쓴대. 그리고 이 지구에서 가장 많이 대화하는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혼잣말과 머릿속 중얼거림까지 합치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목소리는 결국 내 목소리인 셈이지. 이런 말들이 자기 암시로 작동해. 반복해서 듣고 말한 내용이 실제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정해버리는 심리 현상이야.뇌..
몇 해 전 모임 자리에서였습니다. 다들 웃고 떠드는 한가운데서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혼자가 아닌데도 그랬습니다. 일반적으로 외로움은 혼자 있어서 생기는 감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은 달랐던 겁니다. 오늘의 한줄요약외로움과 고독을 가르는 건 혼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시간을 스스로 골랐는지였습니다. 배운 것외로움은 곁에 사람이 있어도 찾아옵니다. 예전에 그 감정이 생기면 누군가를 만나거나 연락하면서 지우려고 했습니다. 만나는 동안에는 괜찮아지는 것 같았는데 혼자가 되면 같은 감정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람으로 덮는 방식은 임시방편이었던 셈입니다.외로움을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으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절반만 동의합니다. 심리학 쪽 근거를 찾아보니 외로움은 몸에 실제 흔적을 남기..
짜증을 참기만 하던 나에게, 백곰을 생각하지 마시라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부터 백곰이 떠올라. 1987년 미국 심리학 실험으로 확인된 사실이야. 이 실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짜증이 떠올랐어. 참아야지 하고 누를수록 더 크게 터져 나왔잖아.요즘 부쩍 짜증이 늘어난 게 성격이 나빠진 걸까 걱정했잖아. 성격보다 누적을 의심하기로 했어. 요즘 들어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일에 욱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날이 많아졌지. 처음엔 성격이 나빠진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그 순간의 일 자체가 문제였던 적은 별로 없었어. 해야 할 일이 밀려 있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 쌓여 있던 걱정과 스트레스가 작은 일을 계기로 밖으로 터져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심리학에서는 이걸 감정의 누적으로 설명해.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