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전하다 앞차가 깜빡이도 없이 끼어들면 따라가지는 않아도 혼자 씩씩대며 한참 기분이 상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누가 무심코 던진 말도 '나를 무시하는 건가' 싶으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2. 그런데 심리학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화는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에 붙인 해석에서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오래 괴롭힌 남 탓과 피해의식의 구조를 정리해봤습니다. 3. 유명한 빈 배 이야기가 있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배를 띄우고 차를 마시는데 다른 배가 와서 쾅 부딪힙니다. '어떤 놈이 감히' 하며 돌아봤더니 아무도 없는 빈 배였습니다. 그 순간 화는 머쓱하게 사라집니다. 부딪힘 자체는 그대로인데 말입니다. 화나게 했던 건 충돌이라는 사건이기보다 '저 안의 누군가가 나를 무시했다'는 머릿속 ..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늘 곤란했습니다. 운동이나 독서라고 답하긴 했지만 즐긴다기보다 해야 해서 하는 일에 가까웠고, 뭔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남들에게 말했을 때 그럴듯해 보이는 취미 하나쯤 있었으면 했습니다.그런데 요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취미까지 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물음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정리해봤습니다.취미에 허세가 끼어 있었다돌아보니 문제는 취미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취미의 기준이 너무 높았던 겁니다. 남들 입에서 '멋지다'가 나올 만큼 우아하고 전문적이어야 취미로 쳐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등산이라 말하려면 정상 등반 경험이 쌓여 있어야 할 것 같고, 커피가 취미라면 드립 정도는 내려야 할 것 같은 압박입니다.여기에 경쟁까지 얹어집..
일요일 밤 불을 끄고 누웠는데 머릿속만 환하게 켜지는 날 있으시죠. '다음 주에 그 일이 틀어지면 어쩌지', '그때 그 말은 실수 아니었을까'. 저도 그런 밤이 많았습니다.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거나 관계가 조금 불편해지면 집에 와서도 그 장면을 계속 돌려봤습니다. 그런데 걱정을 일기로 추적한 연구에서 걱정의 91%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날 밤들을 갉아먹던 걱정의 정체를, 제 안에서 오갔던 두 목소리로 정리해봤습니다. 걱정하는 나: 오늘 그 일, 잘못되면 어떡하지. 계속 생각나.구분하는 나: 수치부터 보자. 불안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걱정이 떠오를 때마다 기록하게 하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한 달간 추적한 연구가 있어. 결과는 평균 91.4%의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았다는 거야(..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가 입버릇이던 나에게, 오랫동안 그 말이 입에 붙어 있었잖아. 새로운 일 앞에서는 늘 그 말부터 나왔고, 나이가 들수록 '지금 시작해서 되겠나'가 따라붙었지. 그런데 뇌과학 책에서 그런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뇌가 생각을 멈춘다는 대목을 읽고 뜨끔했어. 무심코 뱉는 말이 뇌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입버릇을 어떻게 고쳐가고 있는지 적어볼게.사람은 하루에 1만 6천에서 4만 6천 개의 단어를 쓴대. 그리고 이 지구에서 가장 많이 대화하는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혼잣말과 머릿속 중얼거림까지 합치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목소리는 결국 내 목소리인 셈이지. 이런 말들이 자기 암시로 작동해. 반복해서 듣고 말한 내용이 실제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정해버리는 심리 현상이야.뇌..
몇 해 전 모임 자리에서였습니다. 다들 웃고 떠드는 한가운데서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혼자가 아닌데도 그랬습니다. 일반적으로 외로움은 혼자 있어서 생기는 감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은 달랐던 겁니다. 오늘의 한줄요약외로움과 고독을 가르는 건 혼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시간을 스스로 골랐는지였습니다. 배운 것외로움은 곁에 사람이 있어도 찾아옵니다. 예전에 그 감정이 생기면 누군가를 만나거나 연락하면서 지우려고 했습니다. 만나는 동안에는 괜찮아지는 것 같았는데 혼자가 되면 같은 감정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람으로 덮는 방식은 임시방편이었던 셈입니다.외로움을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으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절반만 동의합니다. 심리학 쪽 근거를 찾아보니 외로움은 몸에 실제 흔적을 남기..
짜증을 참기만 하던 나에게, 백곰을 생각하지 마시라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부터 백곰이 떠올라. 1987년 미국 심리학 실험으로 확인된 사실이야. 이 실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짜증이 떠올랐어. 참아야지 하고 누를수록 더 크게 터져 나왔잖아.요즘 부쩍 짜증이 늘어난 게 성격이 나빠진 걸까 걱정했잖아. 성격보다 누적을 의심하기로 했어. 요즘 들어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일에 욱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날이 많아졌지. 처음엔 성격이 나빠진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그 순간의 일 자체가 문제였던 적은 별로 없었어. 해야 할 일이 밀려 있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 쌓여 있던 걱정과 스트레스가 작은 일을 계기로 밖으로 터져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심리학에서는 이걸 감정의 누적으로 설명해. 해..
단톡방에 말을 던졌는데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자기들 대화만 이어갈 때, 괜히 마음이 서늘해지는 순간 있으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열심히 일하고도 상사가 아무 반응이 없으면 서운했고, 작은 칭찬 하나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저를 움직이는 동시에 저를 지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다뤘는지, 세 가지 대조로 정리해봤습니다. 욕구를 대하는 태도 — 부끄러워하던 나, 본성으로 인정하는 나예전의 나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어른이면 남 평가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지금의 나는 심리학이 인정 욕구를 다르게 설명한다는 걸 압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 확인받고 싶어 하는 본성으로, 좋고 나쁨을 따질 대상이 아니..
일이 계획대로 안 풀릴 때마다 '상황이 안 좋았다', '그 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부터 찾았습니다. 그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걸 보고서야, 하고 있던 건 긍정이 아니라 현실을 편집하는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질문을 따라가며 정리해 봅니다. 긍정적 사고와 자기합리화, 정말 다른 걸까요한동안 이 둘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두 감정 모두 마음의 불편함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자기합리화는 실패의 아픔을 가라앉히려고 현실을 제 멋대로 재구성하는 것이고, 긍정적 사고는 여러 가능성을 보며 절망을 누그러뜨리는 것입니다. 전자는 현실을 편집하고, 후자는 현실을 확장합니다.이 둘의 뿌리에는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이 있습니..
1.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2. 그런데도 '비교 안 해야지'라고 다짐한 바로 다음 순간 또 비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3. 비교 자체를 없애려던 게 문제였던 건 아닐까 싶어 비교 방식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4. 계속 실패했던 이유가 의지 문제가 아니라 비교하는 방식 자체에 있었습니다.5. 사회비교이론이란 사람이 자신을 평가할 때 다른 사람과 견주어 판단하는 심리적 경향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문제는 이 비교가 항상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6. 발표 자료를 만들 때 숫자만 나오면 유독 힘들어했는데, 숫자를 능숙하게 다루는 동료와 놓고 비교하니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상대방이 가장 잘하는 부분과 제가 가장 못하는 부분만 골라 견주고 있었습니다..
자책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실제 신체적 통증을 느낄 때와 같은 곳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야, 매일 밤 스스로에게 던졌던 말들이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라 진짜 상처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완벽한 하루를 계획하고 지키지 못한 날이면 어김없이 '왜 나는 이 모양일까'라고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그 계획 자체와, 계획이 무너졌을 때 스스로에게 했던 말에 있었습니다. 아침 — 완벽한 계획을 세웁니다아침마다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밀린 일도 다 끝내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편이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다만 계획이 너무 많으면 하나도 못 지키는 편이라, 이제는 하루에 꼭 지킬 한두 가지만 남겨두려고 합니다. 예상 못한 일이 하나라도 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