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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이 계획대로 안 풀릴 때마다 '상황이 안 좋았다', '그 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부터 찾았습니다. 그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걸 보고서야, 제가 하고 있던 건 긍정이 아니라 현실을 편집하는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건 긍정이 아니라 현실 편집이었다

자기합리화와 긍정적 사고, 둘이 정말 다른 걸까요? 저도 이 둘을 한동안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두 감정 모두 마음의 불편함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자기합리화는 실패의 아픔을 가라앉히려고 현실을 제 멋대로 재구성하는 것이고, 긍정적 사고는 여러 가능성을 보며 절망을 누그러뜨리는 것입니다. 전자는 현실을 편집하고, 후자는 현실을 확장합니다.

이 둘의 뿌리에는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지부조화란 제 생각과 행동, 믿음이 서로 어긋날 때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을 뜻합니다. 저는 마감을 못 지켰을 때 '그 사람이 계속 수정을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며 이 불편함을 남 탓으로 지워버렸는데, 이게 바로 인지부조화를 회피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감정 자체는 합리화가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화가 나든 실망스럽든 감정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고, 맞고 틀림을 따질 대상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감정 뒤에 제가 어떤 말과 행동으로 이어가느냐에 있습니다. 저는 이 구분을 알고 나서, 화가 났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하기보다 그 화를 표현한 방식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참고: 출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인지부조화 해소 방법 훈련을 통한 인성 교육 방안

요약: 자기합리화는 현실을 편집해 불편함을 없애고, 긍정적 사고는 현실을 확장해 불편함을 견딥니다.

 

책임은 인정하되 나를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지점에서 자기연민과 자기 면죄부를 구분하는 게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기연민 연구로 잘 알려진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의 연구에서는, 자기연민이 스스로를 봐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기와 회복력을 높인다고 설명합니다. 자기연민이란 실수했을 때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면서도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건 '힘들었으니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는 자기 면죄부와는 다릅니다.

저는 예전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가 기대만큼 성과가 안 나오면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라며 넘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저를 다독이는 게 아니라 그냥 문제를 덮은 것에 가까웠습니다. 요즘은 '이번엔 무엇이 부족했을까'를 먼저 묻습니다.

저는 실수를 인정한 다음엔 반드시 구체적인 개선 방법까지 찾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보낼 때 중요한 내용을 자주 빠뜨렸던 적이 있는데, '다음엔 정신 차려야지'라는 막연한 다짐 대신 '보내기 전에 인쇄해서 한 번 더 확인한다'는 구체적인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감정을 다독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제서야 자기합리화와 분명히 갈라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만 저는 모든 문제를 개인의 태도나 노력 부족으로만 돌리는 것도 경계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제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이 실제 원인일 때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사실과 감정을 구분하고, 그중에서 제가 책임질 부분만 정확히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출처: Kristin Neff, Self-Compassion Research

  • 감정이 올라올 때 그 감정에 이름부터 붙여본다
  •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사실만 적어본다
  •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나눠본다
요약: 잘못은 인정하되 저 자신을 무능한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 그게 자기연민과 자기합리화의 차이입니다.

 

제가 저에게 던진 질문들

Q.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자기합리화, 어떻게 구분해?

A. 저는 그 생각 뒤에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있는지를 봅니다. '다음엔 이렇게 해보자'가 있으면 긍정, '그건 내 잘못 아니야'로 끝나면 합리화라고 저는 정리했습니다.

 

Q. 실수를 인정하면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을까?

A.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과 저 자신을 무능하다고 규정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걸 이번에 배웠습니다.

 

Q. 모든 게 다 내 책임인 건 아니잖아?

A.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과 감정을 나누고,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만 책임지려고 합니다.

 

Q. 그럼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저는 뭐라고 할 거야?

A. '이번엔 무엇이 부족했을까'부터 묻기로 했습니다. 그게 저를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게 하지 않는 질문이라는 걸 저는 확인했습니다.

 

결론

저는 이번에 긍정적 사고라고 믿었던 것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자기합리화였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현실을 편집하는 대신 확장하고, 잘못은 인정하되 저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 저는 이 균형이 진짜 긍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면, 그게 위로인지 도피인지 한번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5fTzop1O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