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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에 말을 던졌는데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자기들 대화만 이어갈 때, 괜히 마음이 서늘해지는 순간 있으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열심히 일하고도 상사가 아무 반응이 없으면 서운했고, 작은 칭찬 하나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저를 움직이는 동시에 저를 지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다뤘는지, 세 가지 대조로 정리해봤습니다.

 

욕구를 대하는 태도 — 부끄러워하던 나, 본성으로 인정하는 나

예전의 나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어른이면 남 평가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심리학이 인정 욕구를 다르게 설명한다는 걸 압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 확인받고 싶어 하는 본성으로, 좋고 나쁨을 따질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없애야 하는지 스스로 물으면, 아니라고 결론짓습니다. 사회적 존재의 본성이라 없앨 수도 없습니다. 없애는 게 아니라 의존하지 않는 게 목표입니다. 다른 사람이 저를 대하는 태도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자존감이 높아도 주변의 반응이라는 정보 없이 혼자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를 무조건 인정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가 그렇게 큰 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이 욕구를 노리는 사람들은 경계해야 합니다. 과한 칭찬을 퍼붓다가 갑자기 차갑게 구는 식으로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고, '나니까 너를 인정한다'며 다른 관계를 끊어내게 하는 수법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상대의 현실 감각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걸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는데, 조종의 첫 단계가 바로 자존감 깎기라고 합니다. 배우자든 친구든 반복해서 낮춰 말하는 사람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반응을 해석하는 방식 — 착각하던 나, 재평가하는 나

예전의 나는 직장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도 반응이 없으면 '내가 부족했나' 싶었고, 메시지가 읽씹당하면 뭘 잘못했는지부터 되짚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이 불안이 과장된 착각이라는 걸 심리학 연구로 압니다. 라이킹 갭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대화가 끝난 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정도를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낮춰 짐작한다는 연구 결과입니다(출처: Boothby et al., Psychological Science(2018)). 실제로는 짐작보다 상대가 더 좋게 보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무대 조명이 나만 비추는 것처럼 남들이 내 실수와 단점을 다 알아챌 거라 과대평가하는 심리인데, 실험에서 사람들은 자기 실수를 알아본 관찰자 수를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 짐작했습니다(출처: Gilovich et a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2000)). 이 연구들을 접하고 직장 생활을 다시 돌아봤습니다. 밤새 곱씹던 실수를 정작 동료들은 기억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에게 제일 엄격한 사람은 나 자신이고, 남들은 같은 실수를 '컨디션이 안 좋았나 보다'하고 넘겨주고 있었습니다. 칭찬 한마디에 기분이 오르내리는 게 이상한 건지 궁금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다들 좋아요 수에 흔들리고 읽씹에 서운해합니다. 저만 유별난 게 아니었습니다.

 

평가의 기준 — 밖에서 찾던 나, 안에서 찾는 나

예전의 나는 인정의 기준을 늘 남의 반응에 두었습니다. 결과를 내야만 인정해주는 상사 밑에서는 그 반응 하나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좌우됐습니다.

지금의 나는 평가의 기준을 밖에서 안으로 옮기는 연습을 합니다. 남의 반응 대신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했는지, 어제보다 무엇을 배웠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되돌려받을 생각 없이 남에게 작은 도움을 건네는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확인을 남의 말 대신 행동에서 얻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내야만 인정해주는 상사 밑에서는 그 관계를 일로만 연결된 관계로 선을 긋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일 바깥의 관계를 따로 만들어서 인정의 공급처를 한 곳에 몰아두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부터는 자기 전에 좋은 점을 다섯 개 적어보려고 합니다. 잘 안 떠오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장점을 먼저 적어볼 겁니다. 그 목록에 저한테도 있는 게 분명히 섞여 있을 테니까요.

  • 반응이 없어 불안할 땐 '라이킹 갭'을 떠올린다 — 상대는 내 짐작보다 나를 좋게 본다
  • 실수를 곱씹게 되면 옆집 사람 일이라 생각하고 다시 평가해본다
  • 하루 끝에 남의 평가 대신 배운 것 하나를 적어본다

 

결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없애려다 실패했고, 이제는 그 마음과 같이 사는 쪽을 택했습니다. 욕구는 인정하되 기준은 안에 두는 것, 그리고 남들이 짐작보다 저를 좋게 본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도 눈치 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오늘 누군가의 무반응에 마음이 상하셨다면, 그 침묵의 의미를 지어내기 전에 라이킹 갭 이야기를 한번 떠올려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6O7uoyiZ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