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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덮기만 했던 나에게,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의욕이 생기는데, 며칠이 지나면 그 다짐이 흐릿해지는 걸 몇 번이나 반복했잖아.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혹시 나는 책을 읽는 것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편지는 그 불편한 질문에서 시작해.

7월의 어느 주말, 『하이스트』를 읽다가 손을 잠깐 내려놓았던 순간 기억나? 목표 분량까지 읽고 나서 생각에 잠겼는데, 이 질문이 좀처럼 떠나지 않았어. "나는 왜 이렇게 자기계발서를 계속 읽는 걸까?" 답을 찾다가 성장 욕구(growth mindset)라는 말을 만났어. 현재 상태에 머물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내적 동기를 뜻하는데,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자 캐럴 드웩의 연구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개념이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시에 한 가지 불편한 지점을 발견했어. 우리한테 목표가 없었던 건 아니었잖아.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 싶고,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분명했어. 그런데 거기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본 적은 많지 않았지. 어쩌면 부족했던 건 새로운 목표가 아니라 그 목표까지 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었는지도 몰라.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들한테는 공통점이 있대. 성장 욕구가 강하고, 자기 성찰을 자주 하며, 슬럼프나 번아웃 이후에 책을 많이 찾는다는 것. 우리도 나태해졌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책을 집어 드는 패턴이 분명히 있었지. 그게 나쁜 건 아니야. 다만 책에서 받은 자극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독서가 아니라 일종의 기분 전환에 가까워. 그리고 여기서 알아둬야 할 게 하나 더 있어. 책을 많이 읽는다고 삶이 저절로 바뀌지 않는 이유는, 읽는 행위 자체가 성장의 착각을 만들기 때문이야. 좋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의욕이 생기는 건 시작이지 결과가 아니거든. 몇 권을 읽었느냐보다 무엇을 실행했느냐가 기준이 돼야 해.

 

자기계발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왔어. 그래서 고전으로 넘어갔는데, 그 이유는 고전을 읽는 이유에 따로 적어뒀어.

 

이노우에 신파치 작가의 『꾸준함의 기술』 이야기를 들은 건 지인과의 대화 중이었지. "작가가 독특하고 재미있다"는 말 한마디였는데, 그게 묘하게 오래 남았어. 평소 우리는 T 성향답게 직관적이고 냉정하게 "이렇게 살아라"고 말해주는 자기계발서를 선호했잖아. 그런데 이 책은 달랐어. 힐링과 자기계발이 같은 온도로 공존하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의 책이었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은 '습관 구조화(habit stacking)'야. 이미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행동과 행동 사이에 새로운 루틴을 끼워 넣는 방식을 말해. 아침에 양치를 하고 물을 마시는 루틴이 있다면, 그 사이에 영양제 먹기를 넣는 식이지. 처음엔 의식해야 하지만 반복되면 어느 순간 세트처럼 자연스럽게 작동해. 실제로 아침에 물을 마실 때 유산균을 같이 챙기는 걸 루틴으로 붙여놨더니 확실히 달라졌어. 시간이 없으면 아침을 대충 넘기기 쉬운데, 기존 루틴에 붙여두니 빠뜨리는 일이 줄었어. 이 책이 꾸준함의 눈높이를 낮춰준다는 표현이 딱 맞아. '꾸준하다'는 말에서 느끼는 부담감, 거창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아주 현실적으로 내려주거든.

또 하나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대목은 '매일 한다'는 원칙이었어. 일주일에 3번 혹은 4번 하겠다고 정해두면 오히려 미루게 된다는 것, 우리도 너무 공감했지. 매일 한다는 건 사실 "지금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야. 내일로 미룰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게 꾸준함의 첫 번째 기술인 셈이야. 행동 심리학에서도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라고 해서, 언제·어디서·어떻게 할지를 미리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실천율이 2~3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출처: Gollwitzer & Sheeran,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2006). 그리고 혹시 하루쯤 빠뜨리면 어쩌나 걱정할까 봐 하나 더 적어둘게. 하루 정도 빠지는 건 습관 형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대. 문제는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되는 패턴이야. 『꾸준함의 기술』도 꾸준함의 가장 큰 적은 아예 하지 않는 것과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해. 빠진 날 다음 날 바로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게 핵심이야.

 

1일 1팩 이야기도 꺼내볼게. 피부가 많이 건성이라 메이크업이 잘 뜨는 편인데, 메이크업 선생님이 "3개월 꾸준히 하면 달라진다"고 하셔서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잖아. 한 달이 지났을 때는 아무 변화도 느끼지 못했지. '이게 효과가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 그냥 잊고 지내던 어느 날 "가을아, 너 피부에 광이 난다"는 말을 들었어. 그게 하루가 아니라 이틀, 사흘 연속이었지. 꾸준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순간이었어.

이 경험이 실행력(execution power)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어. 실행력이란 단순히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효과가 보이지 않는 구간을 버티며 지속하는 능력이야. 쉽게 말해, 성과가 없어 보이는 시간을 견디는 힘이지. 많은 사람이 이 구간에서 포기해. 우리도 한 달 차에는 그만둘까 생각했잖아.

『하이스트』에서는 '12계획표'라는 개념이 나와. 이루고 싶은 목표를 12가지 항목으로 구체화하고 매일 점검하는 자기 관리 시스템이야. 이 개념을 읽고 나서 오늘 나만의 12계획표를 만들어보기로 했어. 거창한 성공 로드맵이 아니라, 지금 당장 지킬 수 있는 행동 단위로 채우는 게 목표야. "블로그 글 한 편 쓰기"처럼 하루 안에 완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으로 채웠어. 완료 체크가 쌓이면 그 자체가 동기부여가 되더라.

우선 넣은 항목은 두 가지야. 첫 번째는 글쓰기.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과 고민, 성장의 순간들을 매일 기록하고 두 개의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는 것. 두 번째는 AI와 업무 자동화에 대한 전문성을 쌓는 것.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꾸는 자동화까지 만들어보고, 그 과정도 글로 기록할 생각이야. 유럽 연구진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습관을 완전히 자동화하는 데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해(출처: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Lally et al.). 66일, 생각보다 길지 않아.

 

자기계발서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너에게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 책에서 얻은 질문을 들고 나와서, 나만의 답을 행동으로 만들어보라고. 그게 책을 읽는 진짜 이유이고, 실행력이 시작되는 지점이야.

"나는 정말 변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좋아하는 것인가." 좋은 말 한마디보다 이 질문 하나가 지금 우리한테 더 필요한 것 같아. 오늘 12계획표를 적었어. 계획을 세웠다는 만족감보다, 내일 하나라도 실행했다는 만족감을 먼저 느껴보고 싶어. 꾸준함은 대단한 의지력이 아니라, 작은 구조를 반복하는 것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이제는 알아. 아직 희미하게 보이는 목표도, 하루하루 실행이 쌓이면 언젠가는 선명한 청사진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실행하고 있는 나로부터.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6n-dUvIup4